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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수첩(孤韻手帖)

가을은 / 고운

by 고운(孤韻) 2005. 6. 17.

가을은

 

 

가을은
감미로운 화음으로 흐르는
아다지오로 와야하고,
둥글게 피어오르는 분수

그 은혜로 와야 하느니.

 

동음 반복의 음악처럼
짜증으로 머물던 여름
그 계절 빠개며
가을은
자그러지는 벼이삭으로 와야하느니.

 

탄탄한 사과알
능청스럽게 숨고,
수수한 코스모스
기일게 퍼져오는
가을은
평화스런 심포니로 와야하고
흐지는 쟈스민 차(茶)
그 향기로 와야 하느니.

 

말라빠진 탱자를 떨어뜨리며
마땅히 와야 하는 것이나
눈썹에 달린 번민
섭섭히 돌려 보내고,
누군가를 위해 깨어 있을 수 있는
진정 가을은
안도(安堵)와 감사
풀려지는 사랑으로 아야 하느니.

 

 

  84.  8.  25.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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