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마을

맨발 / 문태준

고운(孤韻) 2010. 8. 8. 09:34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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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출근길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태준 님의 맨발 이라는 시를 읽어 주었다

꽤 유명한 작가로 이름이 나 있었지만 접할 기회는 없었다.

여름 뙤악볕도 잊게 만든 시를

열려있는 이곳에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