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마을

슬픔 많은 이 세상에도 / 정호승

고운(孤韻) 2021. 4. 8. 11:11

슬픔 많은 이 세상에도 

 

                           정호승 시인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보아라

첫눈 내리는 새벽 눈길 걸을 것이니

지난 가을 낙엽 줍던 소년과 함께

눈길마다 눈사람을 세울 것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보아라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나러 돌아올 것이니

살아갈수록 잠마저 오지 않는 그대에게

평등의 눈물들을 보여주면서

슬픔으로 슬픔을 잊게 할 것이니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말고

부질없이 봄밤의 기쁨을 서두르지 말고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살아 보아라

 

슬픔 많은 사람끼리 살아 가면은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