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수첩(孤韻手帖)
둥 지 / 고운
고운(孤韻)
2005. 6. 17. 21:02
둥 지
시냇물 깨어나는
숱한 소리에
파한 하늘은
예사로 정을 틀고
걸려있던 구름도
이만큼 내려앉는
푸른 산
등성이 너머
오붓이 앉은
草家.
물오른
개나리 번져
흙담의 봄이 커가면
달빛 덮고 자던 새도
날개 끝에 봄을 달고
삭정이 물어다가
부산떨며
치는 보금.
생활의 박제됨으로
도시의 벽에서서
달구어진 숨을
풀무같이 푸걱이고
좁은가슴으로
가는 봄을
견디고 있지만
우리의 열기
깎이고 깎여
돌아가는 목숨이되면
얼굴 참한
둥지하나 보듬어
우리의 도시에
머물게 하자.
84. 5. 8.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