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수첩(孤韻手帖)
이 유 / 고운
고운(孤韻)
2005. 6. 17. 21:12
이 유
그렇게 흘러갈 물이었다면
왜 섬은 깎아 내었더냐
그렇게 스쳐갈 바람이었다면
왜 나무는 또 흔들었더냐
네가 느끼는 기쁨이
내 안에서 퍼지고,
내가 건져 올리는 애틋함이
네 항아리속에서만 찰랑 거렸음을
네 진정 모른다고 돌아 설테냐.
나를 가늠하지 못하고
허공을 도려내는 슬픔일때는
내 의미가 되고,
내 무수한 핏줄속을 흐르는
피가 되어
영원히 내 속에서만 흘러 넘치랬더니
너는 어찌하여
돌아선 발끝으로 속삭이느냐
그렇게
그렇게 돌아설 발길이었다면
왜 내게로 다가 왔더냐
왜 내게로 다가 왔더냐
84. 12. 29.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