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수첩(孤韻手帖)
보리 문딩이 / 고운
고운(孤韻)
2005. 6. 27. 12:37
보리 문딩이
나는
문딩이다.
서럽도록 푸르른
보리밭
그 둑위에 서서
까악 까악 우는
추연한 신음자락 붙들고
느네들
肝을 꺼내 먹을란다
보리피리 불어가며
멀리서 손짓하는
보리 문딩이다.
섧은
몸뚱아리로 생겨나와
하룻밤에도
셀 수 없는 울음으로
홑옷자락 적시며
도도새가 날아가는
까칠한 꿈을 꾸고
굼벵이 처럼 꿈틀거리는
나는
문딩이
문딩이 가슴이다.
85. 4. 11.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