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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 황지우

by 고운(孤韻) 2008. 4. 17.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 황지우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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