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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소주병 / 공광규

by 고운(孤韻) 2013. 4. 25.

 


소주병

             - 공광규

 

소주병은 술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만 간다.

 

자식들처럼 받기만 하는 소주잔은

잘 닦여 청결한 찬장에서 쉬지만

소주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쓰레기장에 굴러 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소주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