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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봄밤의 회상 / 이외수

by 고운(孤韻) 2007. 7. 20.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 번 
꿀벌들 날개 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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