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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시인

by 고운(孤韻) 2017. 1. 3.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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