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 떠도는 친구들을 위하여-
물빛 의상을 입고
하얀 청상의 얼굴로 일어서 오는
바다를 만난다.
늘상
내 불면증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심복인 파도가
밤마다 내 살점을 뜯어내는 이유를
나는 알지 못했다.
안개숲에서
쓰러지듯 안겨와
굵은 눈물 쓰윽 닦으며
(세상은
화해로운 균형이 아니다
파괴적인 불균형이 너무도 팽배하다
존재에 대한 의지가 이렇듯 슬퍼야 하니?)
그 스무해의 이유가
만남의 하늘을 가르는 겨울 갈매기의 몸부림이었고,
내 참람된 변명이
참으로 슬픈 가슴에서 나와
드디어는 체열의 끝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아직도 바다를 부유하는
안개숲 친구의 뼈가
생선 비늘 가득한 갯바람을 몰고,
물가를 서성이는
내 여윈 꿈자리가
목젖만큼 차오르던 바다를 몰고,
비로소 별빛으로 부활하는
친구의
마지막 의지의 바다에서
어지럽게,
어지럽게 어울리는
맨살의 해일로 일어선다.
86. 9. 16.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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