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열어놓은 불구멍을 노려보며
신경통의 신음을 안으로만 삼키시는
아버지 아침에
까마귀가 울었다.
아버지 경통을 다스리리라
눈알을 부라리며
백목련의 뼈토막을 접어 올리는
내 믿음에
저희들은 내 눈치 보기에 급급해 했는데
뚝뚝 저버리던 그 자리에
속앓던 백목련
오는 봄엔 제대로 필까 몰라.
아버지 뱉어던진 기침속으로
어머니의 까마귀 쫒는소리 높아지고
기름기 없는 선한 어머니 얼굴
까마귀 울음속에서
슬프게 맴을 돈다.
84. 1. 30.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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