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않는 새
마음이 흐리고
가슴이 아픈 그날 아침에도
나의 빈 새장 속에는
바람들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순백의 詩로 살아오던
조그만 새 한마리가 날아 듣던 새장이
너무도 작다고 느꼈더랬습니다.
새는 몰려 있던 흐림을 걷어주고
아름다운 소리로 새장을 꾸몄습니다.
맑고 청아한 음성으로 날아 왔지만
처음부터 아픔을 몰고온 새였습니다.
새는 날려 하지 않습니다.
몸으로 흔들며 깨어나게 해 보지만
열어놓은 새장문 위에서 노래만 합니다.
오로지 슬픔 입니다.
그러나, 압니다.
새장의 모든것을 발견하는 때가 되면
새는
지금까지 날지 않던 안주의 날개로
가장 슬픈 날개짓으로 퍼득이며
박차 오른다는 것을.
- 날아갔다.
그리곤
돌아오지 않았다.-
84. 12. 8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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