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人의 마을

[스크랩] 고독은 나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by 고운(孤韻) 2005. 7. 14.

       

       

      겨울 ,,,

      혹독하게 추운 시기에 강원도 산중에 있었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유난히 추운 겨울이라 을씨년스런 일이 많았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고, 매순간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간에게 견디기 힘든 형벌 이었습니다.

      오직 작업에 몰두해 있는 동안과 잠자는 동안만 혼자인 상태를 망각할 수 있었습니다.

      요컨데 깨어있는 동안은 철저하게 혼자인 상태와 동거하는 형국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나처럼 느껴지는 그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작업이 본격 궤도에 진입한 뒤부터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혼자인 상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그것을 고독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콘체르토를 들으며, 휘몰아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폭설에 나뭇가지가 찢겨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나는 그것을 화두처럼 마음에 품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그것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비로소 알아 차릴수 있었습니다.

      알아차린게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양태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조건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고독.....그것은 단지 혼자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 자체로 자양분을 지닌 말이고,그것 자체로 온전한 세계성을 지닌 말입니다.

      단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이 혼자인 상태일 뿐입니다...

      혼자인 상태를 통해 고독은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집니다.

      고독이 온전해지면 인간은 비로소 독립적인 존재가 됩니다.

      자기 세계를 갖추고 자기 외부의 세상과 내밀하게교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때 자신이 숙성시켜온 고독은 세상의 밀밭에 던져지는 의미는 씨앗이 됩니다.

      자기 고독이 타인의 인생에 양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풍요로운 베품입니까.

      고독은 결핍을 반영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혼자인 인간이 혼자일 필요성을 자각하는 철학적인 차원의 말입니다.

      고독은 나를 인식히는 말이고, 나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말입니다.

      그것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받아 들이면 세상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세상에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도 힘들고, 세상과 유익한 교류를 하기도 힘듭니다.

      고독을 기피하는 삶은 자신을 기피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고독이 다가와 문득 말을 걸 때가 있습니다.

      깊은밤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 새벽에 잠에서 깨어 유리처럼 맑은 정신이 느껴질 때,

      길을 걷다가 문득 자신이 유리 동물원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때,

      바다 앞에 서서 우주의 기슭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자각할 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떠나온 별을 찾고 싶어질 때...

      고독은 소리없이 찾아와 은밀하게 인간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돌아보면 아주 익숙한 표정으로 아주 낯설게 말을 겁니다.

      그것이 고독의 화법이기 때문입니다.

      - 이봐, 왜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는 거지?

      - 묻지 마, 나는 지금 고독해.

      - 그건 고독한 게 아냐, 고독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마.

      - 그럼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거지?

      - 고독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정말 고독하다면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지 않을거야.

      - 고독하다는 게 뭔데?

      - 그건 잘 여문 과일 씨앗처럼 단단하고 핵심적인 것이지.

      - 그런 걸 어떻게 느껴?

      - 고독과 동거하면 돼, 항상 같이 사는 거야.

      - 그럼 뭐가 되는데?

      - 고독과 자신이 하나가 되지.

      고독과 하나가 돼야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되니까...


 
가져온 곳: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글쓴이: 수선화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