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고, 매순간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된 콘체르토를 들으며, 휘몰아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폭설에 나뭇가지가 찢겨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나는 그것을 화두처럼 마음에 품고 지냈습니다.
그것 자체로 자양분을 지닌 말이고,그것 자체로 온전한 세계성을 지닌 말입니다.
혼자인 상태를 통해 고독은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집니다.
고독은 나를 인식히는 말이고, 나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말입니다.
세상에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도 힘들고, 세상과 유익한 교류를 하기도 힘듭니다.
어느 날, 고독이 다가와 문득 말을 걸 때가 있습니다.
깊은밤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 새벽에 잠에서 깨어 유리처럼 맑은 정신이 느껴질 때,
길을 걷다가 문득 자신이 유리 동물원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때,
바다 앞에 서서 우주의 기슭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자각할 때,
- 이봐, 왜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는 거지?
- 그건 고독한 게 아냐, 고독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마.
- 고독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정말 고독하다면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지 않을거야.
- 고독과 동거하면 돼, 항상 같이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