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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수첩(孤韻手帖)

장생포에서. 4 / 고운

by 고운(孤韻) 2006. 6. 30.

장생포에서. 4

 

 

장생포 앞바다에표정 없는 어둠이 내리면검은 연탄가루와 하얀 시멘트 가루가양기 오른 아가리로 낄낄거리며교미를 한다남근(男根)처럼 튼튼한 포신의 끝에서누구의 씨앗인가잿빛 정액덩어리장생포의 자궁속에서잉태되고 있다

 

긴 노동의 터널을 지나쏟아지는 공단의 불빛과불 밝힌 유조선 한척나란히 바다에 목을 매고피곤의 눈을 껌벅거리는 장생포는풀빛 알몸을 어루만지며다시금해산을 준비한다

 

고래등짝 같은 물빛이기름때에 절어도처용이 몰고 왔다는작은 섬위에 누워커헝 커헝 커어헝고래가 들려주는 처용의 이야기를 들으며장생포는사람들을 향해바다만한 눈을 뜬다.

 

 

 

孤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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