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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기원 / 이정하

by 고운(孤韻) 2006. 9. 10.

 

기원

 

 

쉽게 사랑할 수 없었다면

잊는 것만이라도 쉬웁기를.

 

너를 만나고, 단 한순간도

마음 편히 있은 적 없었으니.

늘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너를 바라보아야 했으니.

 

어쩌다 함께 있어도

시간은 또 왜 그처럼 빨리 흘러가는지.

서로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면

그저 지나쳤으면 그뿐이었을 것을.

놓는다곤 했지만 결코 놓을 수 없는

우리 인연의 끝자락이여.

 

쉽게 사랑할 수 없었다면

잊는 것만이라도 쉬웁기를.

서로 비켜가야 하는 길이라면

돌아서는 일만이라도 쉬웁기를.

 

 

시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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