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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수첩(孤韻手帖)503

약 속 / 고운 약 속 매일을 가슴 가득히 내려 앉는 새 그 푸른 이름으로 살기다. 가슴에서 툭하고 열매가 떨어지고 미움이 사랑을 끌고 가 버리더라도 구것들 떠난 자리에 싱그러운 햇살 한줌 머물게 하고 神은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 주지만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의지 함께 주시니 체념하지 않고 아름답게 노래하기다. 자신만을 사랑하는건 에고다. 시원스레 개방하는 소박함으로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나 다른이의 순수한 마음 기쁘게 받아 들이고, 미움처럼 피어있는 풀꽃이지만 장미만큼 커한 것임을 우리, 잊지 말기다. 매일을 잴 수 없는 높이로 날아오르는 새 그 높다란 믿음으로 살아 가기다. 84. 10. 17. 고운 2005. 6. 17.
가을은 / 고운 가을은 가을은 감미로운 화음으로 흐르는 아다지오로 와야하고, 둥글게 피어오르는 분수 그 은혜로 와야 하느니. 동음 반복의 음악처럼 짜증으로 머물던 여름 그 계절 빠개며 가을은 자그러지는 벼이삭으로 와야하느니. 탄탄한 사과알 능청스럽게 숨고, 수수한 코스모스 기일게 퍼져오는 가을은 평화스런 심포니로 와야하고 흐지는 쟈스민 차(茶) 그 향기로 와야 하느니. 말라빠진 탱자를 떨어뜨리며 마땅히 와야 하는 것이나 눈썹에 달린 번민 섭섭히 돌려 보내고, 누군가를 위해 깨어 있을 수 있는 진정 가을은 안도(安堵)와 감사 풀려지는 사랑으로 아야 하느니. 84. 8. 25. 고운 2005. 6. 17.
마음 속이기 / 고운 마음 속이기. 1. 하늘이 너무 푸르군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마음속이 흐리다. 보이는 하늘은 그래도 푸른데 보이는 곳으로 빨려든다면...... 그래서 푸르게 된다면...... 가슴 설랜다 흐린 가슴 두근거린다. 2. 청승맞은 하늘이군 애꿎은 별들만...... 울면 뭐하니 언덕 너머로 떠나버려. 사람만큼 별이 많다는데 눈물 흘리면 별 하나 진다는데 순서를 바꾼다면...... 먼저들 가버려 저 먼곳 저 가까운곳 떨어질 별 느네들. 3. 가고 있는 여름 주머니가 가벼운 영혼들 갔던 길을 돌아오네 손에 쥐어진것 무엇? 가슴에 남은것 진짜 무엇? 꼬리긴 여름 암팡을 떨고 있네 그 끄트머리 잡고 다가오는것 가을 이라지? 어느새...... 4. 애초부터 그것은 신명나는 오발탄 정말?...... 2005. 6. 17.
악 수 / 고운 악 수 내가 내어미는 손을 잡고 여기서 주는만큼 거기서도 힘을 주고 이쪽에서 흔드는만큼 저쪽에서도 흔들었지만 거머쥔 손아귀 속 내 손가락들이 이리 저리 몸을 비틀어 대고, 돌아서는 눈빛을 그쪽에선 보았느지 어땠는지. 만나면 내어미는 손바닥이고 주눈만큼 받아온 손아귀 힘 그렇게 부지런히 오고 갔지만 돌아서면 어설픈 뒷모습이 되어 실없이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것. 84. 5. 16. 고운 200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