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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마을

별헤는 밤 / 윤동주

by 고운(孤韻) 2006. 1. 4.
때로는 과거의 어느 한 시간속으로 걸어들어가 미래의 나를 그려보지만...   

                 
                    별헤는 밤 
      시/윤동주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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